[연결지성포럼] "기술의 발달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

게시자: Olive Green, 2013. 10. 7. 오후 7:07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dreamshot@chosun.com

박정은 조선비즈인턴기자 techchosun@chosun.com | 2013/08/30


▲왼쪽부터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부사장, 차원용 아스펙기술 연구소장, 정지훈 명지병원 IT 융합연구소장, 이경전 경희대 교수, 이병태 KAIST 교수, 황영헌 KT 연구소 상무


IBM이 만든 슈퍼컴 ‘왓슨’이 퀴즈쇼에서 인간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하고 전자제품 조립업체 폭스콘은 임금 노동자를 대체할 로봇 수만 대 도입 계획을 세웠다. 결국 기술 고도화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지난달 30일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는 ‘3년 후 세상을 흔들 인간과 기계와의 대결’이라는 주제로 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는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부사장,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황영헌 KT 연구소 상무,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차원용 아스펙기술 연구소장 등이 연사로 참여해 급격한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전문가들은 인간 능력을 완벽하게 복제한 인공 지능이 탄생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봤으나, 고도화한 기술을 잘 활용하는 인간과 국가와  그렇지 못한 인간과 국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부적응자의 실업은 불가피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 “인간과 기계는 공존한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점쳤다.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을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인공지능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50년 후에도 인공지능을 만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다는 것은 미국 MIT의 기술결정론적 시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차원용 아스펙기술 연구소장도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1억달러 예산의 뇌 지도 프로젝트(브레인 맵)를 발표했다”면서 “브레인 맵이 완성되면 신체 제약이 있는 고령자들도 일터로 돌아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 연구소장은 “현재 컴퓨팅 기술은 연산 위주인데 앞으로는 다른 구조적인 방법으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신경 세포를 모방한 바이오 컴퓨팅 기술이지만, 이 기술도 인류를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고용 불균형은 더 심각해질 것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이병태 KAIST 교수는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은 높아지는 데 역설적으로 일자리, 특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라면서 “혁신이 심하게 일어나고 글로벌화가 계속 되면 생산효율성이 높아져 좋은 일자리가 소수로 남는다”고 말했다.


황영헌 KT연구소 상무는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에너지부터 건강체크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원격지에서 한 두명이 조종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기술을 잘 활용하는 인간이 결국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인간보다 훨씬 더 잘 살게되는 현상이 국가 간에도 나타난다”면서 “가령 구글은 입는 컴퓨터 ‘구글글래스’나  휴대전화 ‘모토 X’를 앞으로 미국에서 생산키로 했는 데 미국과 신흥국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전 교수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힘 있는 사람이 기술을 선택해 더욱 힘을 키우는 것이 문제”면서 “그러나 각 국가 환경과 조건마다 다른 결과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미래를 예단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술적 실업에 한국은 대책 있나  


기술 혁신으로 인한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과거 러다이트 운동(19세기 영국의 중부, 북부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운동)처럼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졌을 때 사회 전체의 불안전성을 어떻게 해소하는가가 중요하다”며 “변화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작은 롤모델들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황영헌 KT 연구소 상무도 “기술에 의해 일자리를 뺏기는 사람도 있고 일자리를 얻는 사람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패배자가 생겨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부사장은 “미국의 테슬라모터스도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며 “새로운 기술과 그에 걸맞는 사회 제도 개편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정부 재정이 충분한 상태가 아니어서 정부 지원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든 것이 또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이날 포럼을 마무리하며 “결국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좋은 직업을 만들려면 좋은 인재와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경우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의대와 금융 분야에만 쏠리고 있고 노동 유연성도 떨어져 기업들이 고용을 기피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기술적 실업’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좌담회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 행사는 아니었지만 주제에 관심을 가진 20여 명의 시민들이 참관했다.


연결지성센터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결국 제도나 정치로 확대된다며 사회적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관련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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